본문 바로가기
한국 밖, 떠돌다/뉴질랜드 밴라이프

드디어 로드트립 시작! 타이루아 코로만델로 떠나다 (Tairua, Coromandel) / 뉴질랜드 캠퍼밴여행

by 여행자루나 2019. 6. 27.

 

[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코스 Season 1 ]

키위 농장에서 벗어나

드디어 첫 로드트립 캠핑여행 시작

 

 

 


뉴질랜드 북섬 캠퍼밴 / 캠핑카 여행 코스 season 1 )

여행기간 : 2주 (2018.05.24~06.05 늦가을 - 초겨울) 

코로만델 타이루 - 핫워터비치 - 캐시드럴코브 - 탬즈 - 머랜다 - 오클랜드 -  와이푸 - 팡가레이 - 케리케리


 

 

 

" 오늘은 코로만델 타이루 일정입니다 "

 

키위따는 일을 하며 키위픽커들과 지낸지 어느덧 한달 하고도 반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들쭉날쭉한 날씨 때문에 5월 중순 쯤 되었을 때,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었다. 뻑하면 내리는 비 그리고 그 비는 며칠동안 내리기 일쑤였다. 할 것이 더럽게도 없는 지루한 카티카티(Katikati) 타운도 한 몫을 했다. 그리고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떠나게 된 한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사실은 그게 가장 컸을 지도 모른다. 한달 반이 넘는 시간동안 나와 생강은 카티카티 집 엄마, 아빠같은 존재로 인식되었다. 우리가 그렇게 되고싶어서는 아니었다. 먼저 키위픽커 숙소의 구성원을 나열해봐야겠다.

 

독일 5명, 벨기에 2명, 스웨덴 2명, 프랑스 1명, 이탈리아 3명 

그리고 영국인과 한국인의 조합인 우리 둘.

 

이렇게 아주 다국적민들이 모여서 살았다. 그들의 나이대는 19살부터 해서 20대 중반까지. 

 

집의 상태는 항상 엉망진창이었다. 쓰레기가 차면 누구 하나 밖에 버리는 사람이 없었고, 재활용은 평생 해본 적이 없는 것같은 행동을 보였다. 덕분에 돈을 주고 사야하는 종량제 봉투는 하루만에 가득차고는 했다. 재활용이 생활화된 한국에서 자라온 나는 유리병과 커다란 플라스틱 페트병이 쓰레기 봉투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불편했다. 변기통을 닦는 것도 나 혼자였고, 먹다만 접시와 컵이 거실 바닥에 나뒹구르기 일쑤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잔소리(?)하는 것과 치워두면 하루만에 다시 엉망이 되는 집이 너무나 스트레스였다. 

 

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인들의 성향이 그 요인이라고 주장했고, 생강은 국적의 문제보다는 어린 나이가 그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생각해보니 깔끔하고 청소도 곧잘 했던 스웨덴 커플과 이탈리아 소년들이 있었으니 국적의 문제라는 것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어린 나이 탓인데.. 정말 생활 깜냥이 부족해서였던 걸까. 이탈리아 소년들의 나이가 꽤 어렸던 걸 감안하면 이 문제는 그냥 개인의 됨됨이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래, 그냥 개개인의 문제인거야. 국적을 가지고 문제를 단정 지으려고 했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위생 관념이 투철했던 유일한 정상(?)커플, 윌리암&에리카 from 스웨덴
드러운 거실에서 단체 요가 수행중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 중 하나인 이자린이 떠나던 날. 그녀는 나를 마마루나라고 불렀다. 
생강과 집을 깨끗히 치워두고 애들이 절대 가져가지 않는 빨랫더미를 거실 중앙에 두었다. 이쯤되면 알아서 가져가겠지.

 

집을 청소해두고 하룻동안 어떻게 변해있을까 싶어 청소후 기록을 해두었다. 집 곳곳에 내가 붙여둔 사인이 보인다. 
평생 분리수거 안해본 사람들처럼 행동했던 유럽인들을 이 길로 이끌었다. 힘들었다. 그렇다고 손이 두번 가지 않은 건 아니었다.

 

 

 

 

 

 

물론 나는 약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며(참 꼰대같다. 아 사실 이렇게 되는 내가 현실이 너무 싫어서 떠난 것도 있다) 눈치를 주기도 했다. 그치만 눈치라는 것은 한국인 사회에서는 번개같이 통하는 것이라도 국제사회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랬다. 결국 날씨 문제와 강제 휴무, 지루한 환경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키위농장 일을 떠나게 되었다. 그래도 카티카티 집에서 친구들과 집안 일 문제를 떠나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더욱 떠나기 힘들었다. 친구들이 집을 조금만이라도 깨끗하게 써주었으면 더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와 생강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즐겼기 때문이다. 그치만 더이상 이 친구들을 싫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 혼자 받는 스트레스를 더 이상 감당 할 수 없었기에 떠나야만 했다. 

 

우리가 떠난 후, 각각의 친구들에게서 받은 메세지는 한결같았다.

"루나, 너하고 생강이 떠나고 나서 집은 정말 엉망이 되어버렸어.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고 아주 분위기가 이상해졌어."

우리가 마지막 남은 평화협정단 같은 존재였는데 우리가 떠나니 여러가지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거다. 더 머물지 않기로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싶지 않다.

 

 

떠나기 직전. 친구들과 한국만두와 김치를 대접(?)했다. 공짜밥이라 애들이 다 좋아했다. 
마지막은 훈훈한 인상을 남겼다. 저 중 두명은 청소를 할 줄 모른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친구들.

 

 

 

 

 

 

아, 서론이 길었다. 

그렇게 우리는 키위농장을 떠나 첫 로드트립, 첫 캠핑여행, 첫 캠퍼밴 여행을 떠났다. 

카티카티에서 뉴질랜드 생활을 시작한 우리는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 북쪽을 여행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북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 첫 행선지는 코로만델 반도 (Coromandel Peninsula). 저녁에 출발한 터라 코로만델 반도에 들어서니 어둑어둑해져 초입에 있는 캠핑사이트에서 캠핑을 하기로 한다. 타이루아(Tairua)의 투이 테라스 (Tui Terrace) 무료 캠핑장이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래서 다음날이 더욱 기대되었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아, 더럽고 복잡한 버글버글한 집을 떠나서라면 어떤 풍경이라도 천국같이 보일 것 같았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스토브를 차 안으로 가져와 저녁을 만들었다.
캠핑여행 첫 끼라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메뉴는 소세지 까르보나라.

 

첫 끼의 요리사는 생강

 

 

 

 

 

 

" 첫 여행지 타이루아, 그 곳은 천국이 맞더이다 "

 

다음날 날이 밝고, 앞에 펼쳐진 잔잔한 해변의 풍경이 낯설고도 반가웠다. 시끌벅적한 단체생활을 떠나 단 둘이서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특권이다. 또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둘만의 조용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는다. 조용한 만의 해변 앞에서 캠핑장을 나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요트 클럽이 있고 뒤쪽에는 시니어 홈 우리나라로 치면 요양원이 차리하고 있었다. 잠옷바람으로 해변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메인쿤 종으로 보이는 예쁜 누렁이 고양이가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걷다가 우리를 쫓아온다.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니 요양원에 사는 고양이다. 이름은 샘(Sam). 요양원 안에서 어지간히 재롱둥이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자주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와 산책을 할 때면 같이 나와 걷는다고 한다. 너무 귀엽다. 그러다 우리와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한참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고 떠돌아 다니길래 돌아가는 길에 안아올려 요양원에 데려다 주었다. 

 

 

 

 

샘~ 집에 데려다 줄까?

 

 

타이루아는 뉴질랜드 북섬 코로만델 반도 동쪽에 위치한 해안마을. 타이루아 강과 바다의 만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는데 물이 만나는 곳이라 그런지 물이 유독 맑고 차가우며 아름답다. 캠핑장에서 바다풍경을 바라보면 커다란 언덕이 보이는데 파쿠서밋(Paku Summit)이다. 언덕에는 사람들이 오밀조밀하게 집을 짓고 살고 있다. 형편이 어려울 수록 언덕으로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주거형태와는 달리 뉴질랜드에서는 (대부분의 서양) 부유할 수록 아름다운 조망과 독립적인 생활공간을 위한 언덕 위의 주거형태가 나타난다. 여행을 하며 나의 문화와 다른 점을 발견하고 대조해볼 때 참 재밌다.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게 다르구나. 

 

 

 

 

조그만 구름다리를 건너 마리나 로드를 따라 걸어본다. 이상한 것이 동네에 집은 정말로 많은데 그 어떤 집도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았다. 대부분의 집들이 화려하고 규묘가 큰 것도 특징이다. 조용한 해변 마을의 특성 때문에 홀리데이 홈 즉, 별장 혹은 렌탈용 홀리데이 홈 (에어비엔비)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 5월 말이니 겨울을 코 앞에 두고 있던 때라 비수기 시즌이라 동네가 더 텅텅 비어보였던 것같다. 한 두집이면 모르겠지만 동네 전체가 홀리데이 홈이라니 이런 광경을 마주할 때면 집부족 문제가 떠올라 불편해진다. 정작 살 곳이 없어 이곳, 저곳을 떠도는 사람들은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놀고 있는 집은 많다. 

 

 

 

 

 

 

 

 

물이 정말 맑은 코로만델의 타이루아, 뒤에는 파쿠서밋(Paku summit)

 

마리나 로드를 따라가는 길에 보이는 집이 대부분 홀리데이 홈이다

 

 

파쿠 서밋(Paku Summit)쪽으로 걸어가면 그 뒷편에 광활한 해변이 나온다. 타이루아 만과는 또 다른 웅장한 모습. 해변까지 걸어갔다가 한참을 모래사장에 앉아있다가 왔다. 앉아서 카티카티에서의 생활을 회상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했던 일들을 다 헤쳐나오고 해내온 것이 스스로 뿌듯하다. 

 

사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일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나는 그런 생활을 해본지도 오래된 지라 더욱 두려운 마음이 컸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나이가 많아서 애들 사이에 적응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았다. 그 걱정은 뭐, 다시 생각할 새도 없이 사라지고 너무나 잘 지냈지만. 역시나 해외에 나오면 나이를 생각하지 않아서 좋다. 스스로가 나이를 조금 의식하는 때가 되었는데 세계의 친구들은 나를 그냥 나 자체로 봐준다. 

 

이 지역의 날씨는 뉴질랜드의 날씨가 어떤지 잘 보여준다. 햇살이 쨍하다가도 하늘을 올려더 보면 검은 먹구름이 다가오다가 시원하게 비가 내리는데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는다. 차가운 바람이 솔찬히 분다. 참 변덕스러운 뉴질랜드 날씨다. 하루에 사계절을 다 체험할 수 있는 뉴질랜드.

 

 

 

 

 

오이스터캐처라는 뉴질랜드의 새. 길고 빨간 부리가 특징이고 다리도 빨갛다. 
가만 보니 눈도 빨갛다. 검빨의 조화!
아름다운 빛깔을 갖춘 킹피셔. 뉴질랜드에는 예쁜 새들이 정말 많다.

 

 

 

 

 

 

"다시 적응해야돼, 눈물나는 캠퍼밴 생활"

 

캠퍼밴 여행의 시작은 조금 삐걱거렸다. 카티카티에서도 차고에 밴을 대고 캠퍼밴 안에서 지내기는 했지만 차고에 수납을 할 수 있어서 짐을 여기 저기 빼놓고 생활을 해 번거로움은 별로 없었다. 도로 위 여행을 시작하니 작은 캠퍼밴 안에 수납을 하고 꺼냈다가 집어 넣었다가 침대를 접었다가 폈다가 짐은 많고 넣을 곳은 없고, 귀찮고 등등등 불편한 점이 확 피부에 와 닿았다. 밥을 먹을 때마다, 잠을 잘 때마다 정신없는 이 공간을 보니 갑자기 막 스트레스가 쌓였다. 괜히 생강에게 성질을 내고 심지어는 장난치다가 진짜로 눈물이 나기까지 했다. 엄마 보고싶다.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는 1년동안 이 작은 캠퍼밴이라는 공간 안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과연?

 

 

 

 

둘이 붙어있으면 마냥 어린 아이가 되는 기분이다.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생강아 :)

 

 

 

 

 

 

[ 캠핑여행 정보 꿀팁 ]

* 캠핑장 위치 : 

Mary Beach Reserve

11 Tui Terrace, Tairua 3508, New Zealand

* 주위 편의 시설 : 

구름 다리를 건너면 수퍼마켓, 도서관, 바가 있어요. 

* 놓치면 아쉬운 스팟 : 

산책로를 따라 가다보면 나오는 해변에 가보시면 좋아요

화려한 해안선 풍경을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는 파쿠 서밋 Mt. Paku Summit

* 화장실 시설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 self-contained 차량만 캠핑가능 (단, 캠핑구역 제한되어있음)

* 바람이 무지 많이 부니 따뜻한 옷 챙기세요.

 

 

 


여행자루나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재밌게 보셨다면 

공감을 꼭 눌러주세요. 

여행기, 여행정보 연재에 많은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Lunavelife in New Zealand

 

또 읽어보면 좋을 글들

2019/06/18 - [좌충우돌, 해외여행/18-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더욱 재밌게 즐기고 싶다면,

 

유튜브에서도 만나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57nO19AjKRHCaTTWzNjLSQ?view_as=subscriber

댓글